진짜 어른

작년까지만 해도 도대체 어른이라는게 무엇인가 라는 번뇌에 빠지곤 했다.

어렸을 시적,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에 엄마 아빠가 말다툼을 하며 이혼얘기를 꺼냈을 때

마음이 철컹 내려 앉으며 세상이 끝날 것만 같던 두려움을 나는 기억한다.

조정래의 정글만리에 중국의 이혼풍토에 관한 부분이 나오는데 

'내가 저 상황이였어도 이혼하지 않았을까,'

'그게 뭐 대수라고' 하는 나를 발견하니

순간 나에게 이혼이 얼마나 가벼운 존재가 되어 버렸는지 새삼 꺠달았다.

어렸을 땐 이해되지 않고 무서웠던 그들의 행동과 결정들이

이제는 그 때의 '어린 나'의 시선이 아닌 '당사자'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내 자신을 목격했다.

혼자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맞춰간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싸움이라는게 비이성적이고 무서운 일이 아닌 어찌보면 자연스럽다는 것을

이제는 이해한다.

그렇게나 고통스러웠고

그렇게나 외로웠고

그렇게나 힘들었던

어른들의 세계가

더이상 밉지가 않다.

그들을 이제 이해한다는건

나도 그들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이겠지.

'어른'이라는 그 두글자에

10대떄는 두려움

20살의 반항에서 21살의 혼란으로.

22살의 냉소에서 23살의 무시로

24살의 무관심과 거부로 응시해 왔던 내가
비로소 25에 천천히 이해라는 것을 한다.

'별거 아니구나 어른도.'

라고 외쳤던 나에게

이젠 조금 와닿는다

그토록 찾던 그 '별거 아님'의 의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