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브라더스> 라는 책을 펼쳤다.
부장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덮었다.
부장 -> 조직생활 로 연상이 되니 갑자기 또 취업 스트레스가 뒷목을 잡는다.
항상 도전한다는 자부심으로 전공은 전자공학으로, 인턴은 금융/컨설팅/전자과랩, 휴학하고는 NGO의 일원으로 부룬디가서 장관까지 만났고
내가 속한 집단의 시선을 떠나 세상을 보기 위해 마추피추 하이킹, 킬리만자로 하이킹, 스페인 800km 순례등등
무언가를 항상 열심히 해왔다. 깨부수고 싶었다. 관성에 젖은 삶을 살긴 싫었다.
그러나 내 눈 앞에 거대한 자유가 있고 미래가 있는 지금, 나를 덮고 있는 스펙이 아닌 내가 가진 substance로 승부를 봐야 하는 이 시점에
도전을 통해 과연 나에게 남은것은 무엇인가 라는 회의에 빠지게 한다.
코딩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회로를 더 잘 짜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대학에 취업하기 좋은 공학을 공부했다 지만, 취업과의 거리가 너무 먼거 같다는 불안이 엄습한다.
둥글둥글한 경험과 열정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스스로 다짐했건만 자꾸만 받는 "아쉽게도.."로 시작하는 이메일들은
난 잘될꺼야 라고 했던 위로와 다짐들을 자꾸 쓸모없는 오기들로 만들어 버린다.
예술가인척 하기도 이젠 벅차고, 음악을 듣고 하는 공상은 더이상 낭만이 아닌 망상 같고
세상에 변화를 일구자는 내 나름의 다짐도 이젠 다부진 생각이 아닌 멋모르는 패기는 아니였나 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과정중에 있는 건 원래 다 실패같이 보이지만 결과적으론 잘 될거라는 말이 위로가 되면서도
난 그 '과정'이라는 궤도에라도 올랐나 싶다.